[BOOK] 여자의 일생 Une Vie - 모파상 Maupassant
여자의 일생 줄거리
노르망디 지방 귀족의 딸인 잔은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기숙학교를 졸업하고, 부모가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이자 아름다운 처녀인 그녀에게 세상은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또한 자유로운 곳처럼 보입니다.
잔은 부모가 정해 준 쥘리앵이라는 잘생긴 남자와 결혼을 합니다. 그들은 행복하고 즐거운 신혼여행 뒤에 레푀플의 저택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나 결혼 후 남편은 인색하고 이기적인 성격을 드러내며 미래에 대한 잔의 환상을 깨뜨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잔의 젖동생이자 하녀인 로잘리가 아버지 모르는 아기를 낳습니다. 남편과 로잘리는 뢰푀플에 온 이래 줄곧 불륜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잔과 부모님은 로잘리를 다른 곳에 시집보내지요.
그 후 잔은 남편에 대한 사랑은 포기하고 아들 폴을 낳아 지나칠 만큼 헌신적인 애정을 쏟으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중 그녀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 유품을 정리하다 어머니의 불륜을 알게 되어 절망과 회의에 빠지기도 하지요. 남편 쥘리앵은 또다시 이웃 마을에 사는 푸르빌 백작 부인과 오두막집에서 불륜을 저지르다 백작에게 들켜 죽고 맙니다. 그 충격으로 잔은 임신 중이던 여자 아이를 사산합니다.
이제 잔에게 남은 사람은 아들 폴밖에 없었기에 폴을 애지중지 기릅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폴은 삐뚤어지고, 결국엔 창녀와 함께 도망가 버립니다. 그 후 정신적 안식처였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잔은 리종 이모마저 죽게 되자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됩니다. 이때 잔을 돌봐준 사람이 바로 로잘리였습니다. 잔은 로잘리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살게 됩니다. 무분별한 생활을 하던 폴이 진 빚을 갚아 주느라 잔은 재산을 다 잃고, 결국 뢰푀플의 저택까지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게 되지요.
그곳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던 잔은 아들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야릇한 기쁨을 느낍니다. 아들을 빼앗아 갔던 여자가 딸을 낳고는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로잘리는 손녀를 데려다가 잔의 품에 안겨 줍니다. 하루하루 힘겹고 불행하게 살아가던 잔은 다시 행복이 찾아온 것처럼 아이를 꼭 안고 입을 맞춰 댑니다. 곁에 있던 로잘리는 혼잣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리지요.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즐겁기만 한 것도, 그렇다고 그렇게 불행하기만 한 것도 아닌가 봐요."라고 말이죠.
작 품 해 설
모파상의 눈에 비친 인생의 '진실'
이 소설은 주로 단편 소설을 쓴 모파상의 첫 장편 소설로서, 프랑스 사실주의 또는 자연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원제목은 '한 일생(Une Vie)' 이며, 부제는 '작은 진실' 이라 붙어 있지요.
남편 쥘리앵의 끝없는 외도와 죽음, 아들 폴의 방종한 생활로 인한 마음고생과 경제적 몰락은 꿈 많고 순진한 처녀였던 잔이 인생에 지친 한 여성으로 변해 가는 주된 사건들이자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일어난 중요한 에피소드로, 어머니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는 일도 빠뜨릴 수 없겠지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불륜을 저지르고 있거나, 또는 저질렀던 적이 있습니다. 이를 알게 되면서 잔은 커다란 상처를 받지요. 세상을 아름답고 신비롭게 바라보던 젊은 처녀는 이렇게 해서 삶에 대한 환멸을 느낍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 작품 속에 그려진 잔의 일생이 특별히 예외적인 것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모파상은 이 작품에서 당시의 프랑스 인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할 만한 배경과 사건들을 눈에 보일 듯 묘사함으로써, 작품에 그려진 '한 일생'이 바로 독자 자신의 것이며, 이 작은 진실' 이 그들의 삶에 대한 진실이라고 느끼게 합니다.
요컨대 잔의 쓸쓸한 삶에는, 인생에 대한 모파상 자신의 절망과 혐오, 근본적인 고독감과 염세주의적인 인생관이 나타나 있다는 겁니다. "인생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즐겁기만 한 것도, 그렇다고 그렇게 불행하기만 한 것도 아닌가 봐요.”라는 로잘리의 말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인간이 근본적으로 고독한 존재라는 생각이 부정된 것은 아니겠지요.
어떤 '진실'이 우리 앞에 숨어 있다면 이 작품의 원제와 부제를 합해 보면 '인생의 진실', 또는 '잔이라는 한 여자의 삶에서 발견하게 된 진실' 정도가 되겠지요. 모파상의 생각처럼 인생이란 것이 정말 절망적이고 환멸스러운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고 가정해 볼 때 우리는 그 '진실'을 알게 되는 편이 나을까요, 아니면 모르고 평생을 사는 편이 나을까요?
만약 잔에게 남편의 불륜 현장을 발견하던 밤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녀는 불륜 현장을 발견하지 않는 쪽을 선택할까요?
우리는 만약 그녀가 남편의 불륜을 평생 모르고 살 수 있었다면 그녀의 인생이 더 행복했을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삶에 비극적인 진실이 숨어 있다면, 우리는 그 진실을 발견하고 불행하게 살아가야 할까요, 아니면 모르고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가는 편이 나을까요? 만약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모든 인간이 누에고치 속의 누에처럼 캡슐 안에 들어가 잠을 자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 잠에서 깨어나서 암울한 현실을 바라봐야 할까요, 아니면 죽을 때까지 행복한 꿈속에 잠겨 있는 편이 나을까요?
어느 편을 선택해야 한다고 단정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어느 한쪽을 선택하더라도, 인간에게는 그와 다른 쪽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요. 그러나 어쨌든 이 문제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 때 인간에게는 보편적인 하나의 경향이 있습니다.
판도라가 금지된 상자를 열었던 것처럼, 또 아담과 이브가 금지된 열매를 따 먹은 것처럼 인간에게는 모르는 그 어떤 것을 알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있다는 겁니다. 그것을 단순한 호기심이라 말하든, 진실을 추구하려는 열정이라 말하든 간에 말이지요.
★모파상에 대하여
모파상(Maupassant, Guy de, 1850~1893년)은 프랑스의 자연주의 소설가입니다. 단편 소설 <비곗덩어리>(1880년)와 장편 소설 <여자의 일생>(1883년), <벨 아미>(1885년), <죽음처럼 강하다>(1889년) 등이 그의 대표작입니다.
성공한 작가로서의 인생, 질병의 그림자에 쫓기며 즐긴 방탕한 생활 모파상은 귀족 출신의 주식 중개인인 아버지와 문학적 교양을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11세 때 부모가 헤어지게 되면서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는 아버지에게 여러 번 도움을 받으면서도 유난히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합니다. 1869년에는 파리에서 법률을 공부하기 시작했는 데, 프로이센 전쟁이 일어나자 공부를 그만두고 자원입대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쟁을 혐오하게 되었고, 이후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여러 편의 단편 소설들을 쓰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