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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필독서

[BOOK] 중국인 거리 – 오정희

by 머니4u 2023.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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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거리 줄거리

 주인공인 ''를 비롯한 식구들은 아버지의 일자리를 따라 항구 도시() 외곽에 있는 중국인 거리로 이주합니다. 그곳은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된 건물들과 낯선 모습의 중국식 적산가옥, 그리고 기지촌과 미군 부대로 둘러싸여 전형적인 전쟁 후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지요. 이 거리를 배경으로 공복감과 해인초 냄새가 어우러져 피어오르는 노란빛의 환각적 이미지로 표상되는 유년의 기억 속에서 한편의 성장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성장의 조짐은 주인공이 우연히 건너편 2층집 창문에서 중국인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게 되는 것에서 비롯되지요. 이 순간 주인공은 설명할 수 없는 슬픔과 비애의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그의 창백한 표정에 담긴 욕망의 시선이 주인공의 내부에서 움트고 있던 욕망과 내면을 일깨운 것입니다.

 주인공의 내면에 자리 잡은 이러한 역동적인 욕망의 움직임은, 양공주 매기 언니의 죽음과 그늘 속에서 어두운 삶을 살다 간 할머니의 죽음을 보면서 정적인 성장의 고뇌로 성숙되어 가지요.

 욕망의 역동적인 이미지와 죽음의 정적인 이미지가 교차하는 고독과 사색의 공간 속에서, 주인공은 핏속에 순처럼 돋아 오르는 무언가를 감지 하지요. 그것은 마치 상처가 아무는 듯이, 참을 수 없는 근지러움을 동반합 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성장의 고비를 확인이라도 하듯, 주인공은 절망감 과 막막함 속에서 초조(처음 시작하는 월경)를 맞이하게 됩니다.

 

작품 해설

치옥의 소망과 죽은 고양이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 전후 파괴된 감수성

 이 작품은 1979문학과 지성봄호에 발표된 단편 소설입니다. 이작품은 한국 전쟁이 끝난 뒤 인천으로 이주해 와 중국인 거리에서 살게 된 한 소녀의 눈을 통하여, 전쟁이 가져온 비극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치옥은 "난 커서 양갈보가 될 테야. 매기 언니가 목걸이도, 구두도, 옷도 다 준댔어." 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매기 언니의 방에서 생경한 물품을 보고 자라는 치옥의 태도는 전쟁과 그 이후의 상황이 몰고 온 감수성의 파괴를 보여 줍니다.

 한편 아이들은 미군 부대 앞에서 놀다가 고양이의 죽음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죽었다는 사실에 대한 슬픔 혹은 두려움 따위는 아이들에게 없습니다. 미군이 던진 주머니칼을 맞고 숨진 고양이를 잡아끌고 냅다 뛴 그들에게는 성능 좋은 주머니칼을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처참하게 죽은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보다 강력했지요. 이 역시 중국인 거리에 사는 아이들의 황폐해진 정신 상태를 은유적으로 암시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해인초는 어떤 풀인가?

-해인초 냄새의 의미

 이 작품에서 주인공에게 생활의 공간이 되는 동네의 분위기는 해인초라는 바다풀을 끓이는 냄새로 상징됩니다. 해인초는 홍조식물과의 난해성 조류(藻類)로 짙은 홍색을 띠고 짧은 털 모양을 한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조류인데 구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원산지가 중국인 것으로 알려진 이 해조를 달이는 냄새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는 해조의 효능인 구충 효과와 관련되어 있지요. 그럴듯한 구충제가 없어 해조를 달여 그 물을 마셔야 한다는 설정은 빈곤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이 해조의 원산지 가 중국이라는 사실은 유년 시절 거주하던 동네가 중국인들의 동네와 잇닿아 있다는, 그래서 그 동네를 떠올릴 때면 늘 그 냄새를 매개로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마지막 문장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성장으로서의 초조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선머슴 같던 유년기를 보내던 주인공은 양갈보 매기 언니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이어지는 할머니와의 이별, 그리고 날아든 할머니의 부고(訃告)는 주인공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하지요. 작품에서 이 대목은 동상까지 닿는 데 걸리는 걸음 수가 줄어들었다는 표현으로 대체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성장의 정점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초조입니다. 이를 계기로 주인공은 유년기와 결별하게 되는 것이지요.

 

오정희에 대하여

 오정희(吳貞姬)1947119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서 태어났습니. 이후 이화여자고등학교를 거쳐 1970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지요.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습니다. 이후 <주자>, <직녀>, <관계>, <봄날>, <적요>, <안개의 >, <미명>, <불의 강>, <저녁의 게임>, <중국인 거리>, <비어 있는 들>, <년의 뜰>, <별사(別辭)>, <그림자 밟기>, <파로호> 등의 문제작을 계속 발표 했습니다. 오정희는 1979<저녁의 게임>으로 제3'이상 문학상', 1982<동경>으로 제15'동인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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